최근 몇 년 사이, 로봇청소기는 가정의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바닥을 스스로 청소하고, 충전이 필요하면 제자리로 돌아가며, 스마트폰으로 청소 구역을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최신 모델은 집 안의 구조를 자동으로 스캔해 평면도를 저장하고, 효율적인 동선을 계산해 청소를 수행합니다. 그런데 이 편리한 기능이 새로운 불안감을 낳고 있습니다. “로봇청소기가 그린 우리 집 평면도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들으면 과장된 소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해외에서는 가정 내부 이미지가 외부로 유출된 사례도 발생했습니다.
스마트홈 시대, 편리함의 대가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개인 정보’에 대해 생각해 볼 시점입니다.

1. 로봇청소기가 집 구조를 기억하는 이유
로봇청소기의 ‘지도 생성’ 기능은 단순한 부가기능이 아닙니다.
최근 대부분의 제품은 라이다(LiDAR) 또는 비전 센서(Vision Sensor) 를 이용해 집 안 구조를 정밀하게 인식합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맵’을 생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애물을 피하거나 특정 구역만 청소하는 등 지능형 경로 탐색을 수행합니다.
문제는 이 데이터가 기기 내부에만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 서버에도 업로드된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스마트 로봇청소기는 앱 연동을 위해 제조사 서버를 이용하고, 청소 기록과 맵 데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관리합니다.
이 과정에서 집 내부 구조, 가구 위치, 생활 동선 같은 매우 개인적인 정보가 외부 서버에 저장되는 것입니다.
2. 실제 발생한 데이터 유출 사례
이 이슈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계기는 2022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보도였습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한 글로벌 로봇청소기 제조사가 제품 테스트를 위해 수집한 영상 데이터가 외부에 유출되었습니다. 유출된 이미지에는 단순한 바닥이나 벽뿐 아니라, 사람이 앉아 있는 거실, 아이가 있는 침실 등 매우 사적인 공간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기술 문제를 넘어, “가정 내부의 사생활이 기업 데이터로 취급되는 현실”을 보여줬습니다. 더욱이 이 영상들은 외주 데이터 라벨링 업체를 통해 관리되던 중 유출된 것으로, 사용자들은 자신들의 영상이 AI 학습용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비슷한 문제는 국내에서도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일부 수입 브랜드 제품의 경우 클라우드 서버가 해외에 위치해 있으며, 서버 보안 수준이나 관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즉, 사용자는 자신의 집 구조 데이터가 어느 나라, 어떤 기업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3. 왜 위험한가?
집 구조 데이터는 단순한 공간 정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입니다.
- 출입문과 창문 위치
- CCTV 설치 지점
- 가족이 주로 머무는 장소
- 빈집이 되는 시간대
이런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면, 절도·스토킹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데이터가 AI 학습용으로 전송되는 과정에서, 생활 습관과 이미지 정보가 결합된 형태로 분석되면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완전히 노출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용자는 이 모든 과정을 동의서 한 줄로 승인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제품 설치 시 ‘데이터 활용에 동의합니다’라는 문구를 체크하면, 실제로는 어떤 정보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4. 제조사와 사용자, 누구의 책임인가
제조사 입장에서는 “AI 성능 향상과 서비스 개선을 위한 데이터 수집”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내 집 내부 데이터’가 기업 서버에 저장된다는 사실 자체가 불안 요소입니다. 일부 제조사는 이러한 우려를 줄이기 위해 로컬 저장 모드(Local Mode) 나 데이터 암호화 전송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브랜드나 보안 인증을 받은 제품은 서버 통신 시 TLS(Transport Layer Security) 암호화를 적용해 외부 침입을 막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데이터 비공유 모드’를 설정해, 집 내부 지도 데이터를 기기 내에만 저장할 수 있도록 한 제품도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저가형 제품은 이런 기능을 갖추지 못한 채 판매되고 있습니다.
결국 사용자가 직접 보안에 신경 쓰지 않으면,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5.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
로봇청소기의 편리함을 유지하면서 보안을 강화하려면 다음과 같은 점을 실천해야 합니다.
- 국내 서버를 사용하는 브랜드 선택하기
해외 서버보다 보안 규제가 엄격하고, 데이터 보호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 앱 권한 최소화하기
위치 정보나 마이크, 카메라 접근 권한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해야 합니다. - 펌웨어 및 앱 정기 업데이트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보안 패치를 꾸준히 설치해야 합니다. - 공유기 보안 강화
와이파이 암호를 복잡하게 설정하고, 외부 접속을 차단합니다. - 맵 데이터 삭제 기능 활용
청소 후 생성된 평면도를 주기적으로 삭제하면 혹시 모를 유출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6. 정부와 업계의 대응
정부도 스마트가전 보안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2024년부터 방송통신위원회는 “스마트홈 기기 보안 인증제”를 강화하여, 카메라·로봇청소기 등 개인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이 있는 기기에 대해 보안 기술 기준을 의무화했습니다. 업계에서도 자체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클라우드 서버를 운영하며, 데이터 전송 과정에 하드웨어 기반 암호화 기술(Knox, ThinQ Secure)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 요청 시 데이터 삭제가 즉시 이뤄지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처럼 기술 발전에 따라 규제와 보안 수준도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모든 제품이 동일한 수준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론
로봇청소기는 분명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똑똑한 기술입니다.
하지만 그 편리함의 이면에는, 가정의 사생활이 데이터로 수집·저장되고 있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집의 구조, 가족의 생활 패턴, 위치 정보까지 모두 ‘청소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자료로 취급되는 시대입니다.
기술은 점점 더 인간의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편리하니까 쓴다”에서 벗어나, “어떤 데이터를 주고받고 있는가”를 이해하고 선택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우리 집을 기억하는 로봇청소기는 편리하지만, 동시에 우리 일상을 기록하는 감시 장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홈의 진짜 ‘스마트함’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사용자의 보안 의식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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